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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고] 뜨거웠던 경기도 의료봉사단의 못 다했던 이야기들

원영석 경기도 의료봉사단 인솔단장(경기도의사회 기획이사 겸 사업이사)

지난 7월9일부터 7월14일까지 4박6일간 필리핀의 뽀락 지역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의료봉사는 9년 전부터 경기도 의사회가 주축이 되어 경기도내 의약단체가 공동으로 준비하여 진행해 온 봉사활동의 연장선이며, 경기도 간호사회, 경기도 약사회, 경기도 치과의사회, 경기도 한의사회, 경기도 치위생사회가 공동으로 각각의 역할 분담을 하여 작년보다 11명이 늘어나 42명의 봉사단원이 활동을 하였다. 
이번에 인솔단장을 맡게 된 나로서는 인원이 많아서 안전에 더욱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고 떠나기 전 무사히 의료봉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귀국하게 된 점이 제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대부분 필리핀하면 마닐라와 관광으로 유명한 보라카이 세부 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뽀락지역은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정도 떨어진 곳으로 아시아나항공과 몇 몇 저가 항공사가 클락필드에 직항을 개설하고 있어서 3시간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올해 4월에는 필리핀에 6.1의 큰 지진이 발생하였고 혹시라도 지진 때문에 봉사활동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지만 빨리 복구되어 진료활동을 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타족이 사는 산간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일부 집들이 무너져있어서 복구의 손길이 이쪽까지는 잘 미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 거의 새벽 2시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는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잡았고 잠을 많이 못자기 때문에 체력이 첫날부터 소진되지 않도록 첫 번째 날은 숙소와 가까운 아누나스 마을에서 진료를 하기로 하였다. 
이곳은 작년에도 방문한 곳으로 과거의 우리나라 청계천처럼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일명 다리밑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도시의 빈민층이기 때문에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청부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처럼 의료보험제도가 없어서 소위 맹장수술만 해도 한국 돈으로 500만 원정도 비용이 드는데 이곳 사람들의 인건비가 한 달에 25만원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현지 사람들이 체감하는 비용은 훨씬 더 크게 된다. 

두 번째 날은 처음으로 배를 타고 도서지역으로 가서 진료활동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배가 작고 출렁거려서 걱정했지만 무사히 현장에 도착하였고 다시 돌아올 때는 먹구름이 끼고 파도가 높아지면서 긴급히 선발대부터 의료장비부터 수송하였고 현지 섬마을 학생들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도와줘서 안전하게 빨리 운반할 수 있었다. 또한, 주변에 여러 섬이 있었는데 선교사님이 미리 홍보를 하여 가족단위로 작은 고깃배를 타고 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필리핀의 원주민인 아이타족 마을을 방문하였는데, 말레이족이 배를 타고 필리핀에 들어오면서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면서 주로 산간지역에 대나무로 된 집을 짓고 가축을 키우고 작은 농사를 하면서 어렵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필자가 과거 시립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필리핀 일반주민들이 사용하는 병동에는 입원할 수가 없어서 수용소 같은 곳에서 간이 침대를 두고 집단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만큼 필리핀 내에서도 차별대우가 심하였고 하루에 한 끼 정도 간신히 먹고 살아가고 있어서 영양상태도 매우 좋지 않은 편이다. 
아이타족은 말레이족과는 확연히 다른 외모를 갖고 있는데 키가 매우 작고 흑인이며 곱슬머리가 특징이다. 몸에 상처가 나거나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할 때도 비용 때문에 거의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방문하였을 때도 좌측 옆구리에 혹이 만져지면서 통증이 있었는데 이동용 초음파장비로 체크한 결과 15센티에 가까운 큰 혹이였고 현지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하시는 외과 선생님께서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하셔서 급한데로 드레싱을 해주었으나 현지에서 정밀 검사를 한 후에 필요하면 한국으로 후송하여 수술을 해주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하였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계곡이 있어서 물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아이타족이 거주하는 산간마을에는 물이 없어서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우기 때 터진 산사태로 아이타족이 주로 다니는 산간마을 입구에 위치한 초등학교에서 진료를 하였는데 마시고 씻을 물이 없어서 화장실에 물을 내리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후 경기도의사회 상임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우물을 만드는데 일부 비용을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작년 10월 우물을 만들기 위한 자선 사진전을 개최하였으며 아이타족의 미소가 담긴 사진과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등을 전시하고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을 합쳐서 총 600만원을 현지 선교사님께 보내어 올 3월경에 우물을 완공할 수 있었다. 
이번에 아이타족 산간마을을 방문하기에 앞서서 완공된 우물 기증식을 조촐하게 진행하였고 우물 앞에 동판을 새겨 넣음으로서 이 우물이 앞으로 아이타족 사람들과 경기도 의료봉사팀을 연결해 주는 마음의 다리가 될 것이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의료봉사팀은 개복수술은 못하지만 피부에 생긴 혹을 제거하거나 봉합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수술팀을 찾아줬고 늦게까지 성형외과와 신경외과 선생님께서 수고해주셨다. 그리고 치아에 문제가 많아도 치과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과 부모들이 많아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이번 치과진료팀에 치과의사 3분과 치위생사 3분이 합류해 주셔서 원활하게 빨리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내과 소아과 선생님들도 이번에는 3분씩 의료봉사활동에 합류해주셔서 각각 600명 내외의 많은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진료할 수 있었고, 산부인과의사도 나를 포함하여 3분이나 참여하였고 이동식 초음파도 두 대를 사용함으로서 임산부들과 부인과 환자 들 뿐만 아니라 일반 환자들도 초음파검사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한의사회는 이번에 2분이나 참가하셔서 좀 더 많은 분들에게 한약재와 침술치료 및 추나요법 등의 치료를 베풀었다.

의료봉사가 순수하게 진료활동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간호사회에서는 올해에도 일반 위생교육과 구강교육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고, 특히 간호사회에 기부된 장난감들을 어린 학생들에게 나눠주어서 더 많은 기쁨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봉사활동지역에는 제대로 된 가족사진이 없는 가정들이 많고 특히 아이타족들은 사진을 찍고 인화할 능력이 없어서 직접 아이들과 부모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바로 인화해서 나눠주는 사진봉사활동도 많은 호응을 받았으며 봉사현장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내었다
일반 참가자들도 의료인이 아니지만 각자의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주었고, 특히 의료장비와 약품 등을 매일 신속히 운반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원활히 의료봉사활동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의료봉사에는 의료봉사단원뿐만이 아니라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 목회자분들이 자원봉사로 많이 참여해주셔서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학교 측에 잘 전달해주셨고 점심시간에는 배식봉사도 해주셔서 더운 나라에서 진료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현지 학교 교사와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학교 교사들도 진료현장에 참여하여 통역자원봉사를 해주셔서 원활하게 진료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의료봉사활동이 무사히 잘 끝날 수 있도록 미리 현장을 사전 답사하셔서 진료할 장소를 섭외하시고 각 진료실 위치와 동선을 정하시면서 의료진들이 진료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없도록 현장에서도 총괄 지휘를 해주신 현지 선교사님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의료장비와 물품들이 공항을 무사히 통관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또 다른 선교사님께도 감사드린다. 이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차질 없이 봉사활동을 잘 진행할 수 있었으며 우리 의료봉사팀에게는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지막날 저녁에는 선교사님 부부께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셔서 우리에게 또 다른 별미를 제공해주시기도 하셨다. 

의료봉사를 하는 곳이 더 어렵고 위험한 곳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의료봉사가 처음이신 선생님들과 일반인들이 더 많기 때문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래서 지난해에 이어서 같은 곳을 다시 방문하였고 작년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올해의 의료봉사의 문제점을 다시 파악해서 내년에는 더 완벽하고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의료봉사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올 수 있게 힘을 써주신 경기도의사회 집행부와 단원들 그리고 현지 선교사님과 목회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에도 많은 분들이 의료봉사활동에 지원해주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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